인문학광장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문장과 깊은 사유가 머무는 공간입니다.

■이영하 시인 詩心 世界■···새벽안개가 가로등을 안을 때

  • AD 내외매일뉴스
  • 조회 131
  • 2시간전
▲ 하늘시인 이영하
 
 
새벽안개가 가로등을 안을 때
 
(하늘시인 이영하)
 
밤새 세상을 밝히던 가로등 하나
새벽안개 속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
안개는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고
불빛의 어깨부터 천천히 감싼다.
밝음과 어둠 사이, 서로의 경계를 지우지 않은 채
한쪽은 빛을 내고 한쪽은 그 빛을 부드럽게 품는다.
 
멀리서 보면 흐릿해진 풍경도
가까이 다가서면 작은 나뭇잎 하나까지 촉촉하다.
안개는 길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서두르는 눈길을 늦추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한다.
 
가로등은 제빛을 거두지 않는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지나갈 때까지
젖은 길 위에 둥근 온기를 내려놓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랑의 오래된 얼굴을 생각한다.
상대의 빛을 빼앗지 않고 그늘까지 받아들이는 일,
다른 모습 그대로 곁을 내어주는 일.
 
새벽이 깊어 안개가 걷히면 가로등은 다시 홀로 서겠지만
그 짧은 포옹을 잊지는 않으리라.
빛은 안개를 밀어내지 않았고 안개는 빛을 삼키지 않았다.
서로를 조금씩 흐리게 하면서
서로의 온기를 더 선명하게 했다.
아침이 문을 열 때 길 위에는 아무 흔적이 남지 않아도
한때 서로를 품었던 그 자리에
세상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다.
 
 
 
<시작 노트 — 새벽안개가 가로등을 안을 때>
 
 
◉ 주제 및 배경
 
새벽 산책길에서 만나는 안개와 가로등의 풍경을 통해 사랑과 포용의 의미를 생각한 작품이다. 안개는 빛을 가리기도 하지만, 가로등을 감싸며 불빛을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이 자연의 만남을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관계의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 시적 구성
 
가로등과 안개의 조용한 만남에서 출발해,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풍경, 그 속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의미, 안개가 걷힌 뒤에도 남는 정서로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눈에 보이는 흔적보다 관계가 남긴 온기를 강조했다.
 
 
◉ 시적 감수성
 
안개를 막연한 신비나 쓸쓸함의 상징으로만 다루지 않고, 타인의 빛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감싸 주는 존재로 그렸다. 가로등 역시 어둠을 물리치는 강한 빛이 아니라, 누군가 지나갈 때까지 길을 지키는 다정한 존재로 표현했다.
 
 
◉ 비유 및 표현 기법
 
안개와 가로등을 서로 다른 성정의 두 존재로 의인화했다. ‘빛을 빼앗지 않고 그늘까지 받아들이는 일’, ‘서로를 조금씩 흐리게 하면서 서로의 온기를 더 선명하게 했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포용의 본질을 드러냈다.
 
 
◉ 시적 메시지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각자의 빛을 지키면서도 서로의 그늘을 품어 주는 일이다. 안개와 가로등의 짧은 만남을 통해 그런 사랑의 품격을 전하고자 했다.
 
 
◉ 시인의 메모
 
새벽안개는 오래 머물지 않고 가로등도 언젠가는 빛을 멈춘다. 그러나 잠시 서로를 품었던 풍경은 아침의 공기 속에 부드러운 흔적을 남긴다. 사람 사이의 사랑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오래 붙잡는 것보다 서로를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더 깊은 사랑일 수 있기에.
 
 
〔mailnews7114@gmail.com〕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싸이공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